오토바이 / 윤석진.
윤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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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0 23:57
오토바이 / 윤석진
바람은 기억을 하지
오금이 저리도록 아찔한 롤러코스터
숨죽인 지구를 들썩하게 하는
오만한 자유가
곡예사 줄타기보다 가여운 연습인지
고리타분해져 가는 마음의 속도
시절의 편린 춘몽이라 한들
지식이 나이 들수록
달리는 게 어떻게 신 나는 일인지
사력을 다하는 바람의 질주를 놓고
나비의 춤 잊어버리는 문명의 사자가 되는
드넓은 세상을 찾는 바람 소리가
산산이 튀겨 올라서는
저 물보라가
달궈진 핏줄을 타는 굉음이라는 것을
#오토바이 #속도 #윤석진
■詩作 NOTE
나이가 들면 속도가 겁이 나지요. 20살에는 20km 라지만, 60은 60km 90은 90km로 세월을 달린다고 합니다. 나이를 먹는 일은 속도에 민감해지는 일인가 봅니다.
엊그제 비가 내렸지요.
중한 볼일이 있어 새로 장만한 옷을 입고 아파트 계단을 내려서는 순간 오토바이가 어찌 바쁘던지 물보라를 날려 마음이 상했지요.
돌이켜보면,
저도 엄청 바쁘게 살았는데 달리는 오토바이가 미운 게 아니라 제 자신이 점점 미워져가는 나이라는 것을 깨치게 하는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