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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시인의 만년필 / 윤석진.

윤석진 1 844 0

노 시인의 만년필 / 윤석진.



원고지에 놓인 만년필 생을 마쳤다

골동품이 된지 오래다


시꺼멓게 찍어 쓰던 광택은 간 곳 없고

문명과 춤추는 엇박자 소리가

고전을 보듯 필통에 꼿꼿이 갇혀 있다


목수가 손맛을 잊은 채

대목장 보다 현란한 눈빛의 간격으로

활자를 훑어 필사를 엄수하고


너의 현재와 실제는 괴리를 안고

손가락 끝으로 남겨진 시문(詩文) 따위가

바람처럼 지나는 절제된 시간이다


같은 족속이라고

인연을 핑계로 싸인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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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윤석진 2020.05.07 23:35  
노 시인님께서
자판 두드리는 게 힘들다고 합니다.

그러나,
싸인 할 때는
만년필이 꼭 있어야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