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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시인이고 싶다 / 윤석진.

윤석진 2 864 0


[가을엔, 시인이고 싶다 / 윤석진]



가을엔 쓴 커피 한 잔을 놓고
한나절 수다 떨 수 있는 시인이 좋다


가을엔 누가 먼저 취해도
서로를 위로하며 술 한잔하자는
그런 시인이 좋다


가을엔 말없이 허공에 닿는 구름처럼
담배 한 대 권하는 시인도 좋다


가을엔 지는 단풍에게 시 한 수 읊으며
삐죽 핀 들꽃을 꺾어 부토니에 삼아
여행하자는 그 시인이 좋다


중년의 가을엔 눈빛 하나만으로 통하는
초동 친구 시인을 만나 넋두리하며
작은 꿈 하나씩 고 싶다


가을엔 마음이 같아서 웃을 수 있는
당신을 만나 음악을 이야기하며
무작정 지새우고 싶다


가을엔 메타세쿼이아 길에서
하늘만 봐도 생각나는 친구
그냥, 시인이고 싶다.



■■
  문학愛 글벗님들
  사랑합니다.

 

2 Comments
전수남 2019.10.21 08:26  
소슬바람에 잎이 우수수 지는
메타세콰이어 줄지어 늘어선 길을
걷고 싶어집니다.
가을엔 누구나 시인처럼
자연을 노래하고
마음 한구석 허전함을 달래줄
그 누구라도 함께 하고 싶네요.
좋은 날 되세요.
윤석진 2019.10.21 08:52  
주말에 문학愛 행사를 마치고
가을과 시인이란,
어떤 사람들일까 대화 내용을
그대로 적어본 겁니다.

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