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대추 / 윤석진.
윤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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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4 19:54
사과대추 / 윤석진.
대추는 한여름 굵어지는 일 게을리하지 않았다
단단해진 대추는 붉어져서야 크는 걱정을 멈추고
쭈그러질 날 때문에 보험을 드는 일이다
햇볕이 싫은 놈은 건조실에 들어가 찜질을 하고
누군가에게 요깃거리가 되거나 제상에 오를 일이지만,
교접된 사과대추는 식욕 강한 아주머니부터
누군가에게 요절 당할 만큼 죽을 맛이다
오므라진 대추는 가문을 이어갈 준비 때문인지
마른 감초 노릇을 하지만,
한 번 심장에 품은 씨는 오로지 다르지 않았다.
죽어서도 애쓰는 일 주름은 늘어나고 깊어진 세월
온전히 쭈크러져 서슴없이 세월을 임할 수 있다면
사과대추는 시절을 정면으로 겪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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