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마는 인간의 동족이다 / 윤석진.
윤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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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3 21:24
철마는 인간의 동족이다 / 윤석진.
광야를 뛰는 철마
미끄러지듯 달리는 속도 녹슬지 않았다
가끔은 멈추고 이탈하는 순간부터
바퀴는 세월이 흐르고 철로는 녹슬기 시작한다
철마는 자신이 구르는 것에 익숙해져 사는지
주저앉아 멈추고 싶을 때
본래 화석의 잔재라는 걸 잊고 산다
인간들은 제각기 달리지만
같은 족속처럼 같은 원소이었다는 사실을
생각조차 못하는지
기억조차 잊은 채 달리는 망각의 화차다
나무가 자라고 꽃 피는 기억들
한 번 멈춘 적 없는데
무쇠로 묶여진 철마가 늙어지고 있다는 건
오히려 녹슬어 폐기처분할 일들만 걱정한다
늙은 화차는 이유 없이 평행선 올라앉아
태곳적 일처럼 멍하니 바라보며
시베리아 횡단하는 울림마저 낯설게 싣고
무지한 청각은 바람 소리 갈라놓고 달리는지
최신식 철마는
인간을 추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