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역에서 / 윤석진.
윤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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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8 23:29
종착역에서 / 윤석진.
세상을 열고 살아도 굴에 갇혀본 사람은
지나친 역마다 터널이었음을 안다
재촉하며 걷는 땡감 같은 나그네
동전 한 닢 건네지 못한 미안함도 잠시
긴 터널을 빠져나온 사람만 새벽 종소리 듣는다
새벽어둠을 뚫고 지나친 보폭의 거리
기차역 플랫폼에서 아침을 밝히는 기적을 듣고
굴에서 굴로 이어진 통로 사이
신문지 한 장 움츠린 숨소리와 상견해야 한다
조금은 처지고 쉬어도 괜찮은 일
내일을 믿고 버티는 도시 머슴으로 산다는 건
그 터널을 지나는 관문을 향해 일상을 놓고
길목 집시가 되는 꿈 아침마다 꾸는지
터널을 향해 사시나무 떨듯
그저 쓸모는 나무토막처럼 길게 굳어져 있는지
퉁퉁한 아주머니 한 분이 손등을 치고 혀를 차며
어여 가자고 한다
다시 터널로 들어선 기차는
눈을 뜨고 보니
종착역에서 차별 없이 내리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