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만나고 싶다 / 윤석진
윤석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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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5 17:02
한 번은 만나고 싶다 / 윤석진.
새벽에 던진 소라 잡이 그물은
하룻밤 하고 반나절을 바다와 동숙하고
선장은 쳐놓은 그물을 찾아갔다
바다는 잠자는 듯해도
저 심연의 전율을 간간이 내뱉으며
그물을 먹고 부표마저 보이질 않았다
어부는 그물을 놓칠 리 없다
이리저리 서치라이트를 밝히더니 긴 갈고리가
죽은 그물의 목을 찍어 올리기 시작했다
바람난 소라는 뻘짓을 했는지 이상하다
어쩌다 어부는 또렷한 말투로
소라가 바다를 날아다닌다고 했다
알 수 없지만 사실이라고 주문을 했다
큰 냄비에 물을 데워
소라는 라면을 넣은 뒤 바다를 읽고 있었다
운이 나빠 걸려든 다금바리도
설겅설겅 회 쳐 놓고 보니
별은 초롱초롱한 밤바다 눈을 삼키고
"네놈의 팔자도
대접받으려 세상에 나온 겨"
순서가 바뀐 것은
바다가 어부를 놓친 날부터
촌장의 친구는 바람도 들이지 않았고
그 후로
신천리 포구는 찾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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