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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만나고 싶다 / 윤석진

윤석진 2 1146 0

한 번은 만나고 싶다 / 윤석진.



새벽에 던진 소라 잡이 그물은 

하룻밤 하고 반나절을 바다와 동숙하고

선장은 쳐놓은 그물을 찾아갔다


바다는 잠자는 듯해도

저 심연의 전율을 간간이 내뱉으며

그물을 먹고 부표마저 보이질 않았다


어부는 그물을 놓칠 리 없다

이리저리 서치라이트를 밝히더니 긴 갈고리가

죽은 그물의 목을 찍어 올리기 시작했다


바람난 소라는 뻘짓을 했는지 이상하다

어쩌다 어부는 또렷한 말투로

소라가 바다를 날아다닌다고 했다


알 수 없지만 사실이라고 주문을 했다


큰 냄비에 물을 데워

소라는 라면을 넣은 뒤 바다를 읽고 있었다


운이 나빠 걸려든 다금바리도

설겅설겅 회 쳐 놓고 보니

별은 초롱초롱한 밤바다 눈을 삼키고


"네놈의 팔자도

대접받으려 세상에 나온 겨"


순서가 바뀐 것은

바다가 어부를 놓친 날부터

촌장의 친구는 바람도 들이지 않았고


그 후로

신천리 포구는 찾지 않았다




#한번은만나고싶다 #죽음 #윤석진

*신천리 포구>> 제주도 표선에 있는 작은 항구b4ca705abd290086c7163ce910ce9efa_1592208096_686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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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전수남 2020.06.16 07:52  
푸른 바다 속에 담겨있을
여러 상념들을 떠올려봅니다.
바다가 품고 있을
수많은 사연들이 어우러져
어떤 날은 거센 파도가 되고
어느 날은 잔잔하게
깊은 잠에 취하기도 하는데
바다는 억겁이 가도 모든 것을
품어안는 영원한 사랑인가 봅니다.
좋은 날 되세요.
윤석진 2020.06.16 10:39  
저는
바다가 고향은 아닌데
배를 가지고 조업하던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시적으로 풀어 보았는데

쓸수록
시가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