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가 운다 / 윤석진.
윤석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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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7 21:28
허무의 강 / 윤석진.
도시 재개발이 붐을 이루면서
길고양이라는 딱지를 달고 골목을 산다
저녁이면, 푸른 눈을 하고 울다가
물 좋은 생선집 쓰레기 봉지에 코를 박았다
주인이 떠난 자리를 기다리며 사는 일인지
느슨해진 거리를 오가며
손님 없는 주막을 지키고 있다
한때 대접을 받으며 사랑만 먹고살았는데
고층 콘크리트가 곁을 주지 않았다
고양이는 쪽방보다 계단 난간에 살림을 차려
가여운 아이들을 시위하듯 낳았다
큰일이다
어찌 키우려는지 쩔쩔매는 낌새가
새끼들 만큼은 키우고 싶어 밤마다 뛰는지
저녁 생선 굽는 진동은 사라지고
새벽녘 시커먼 자동차가
오래된 화석 문양처럼 눌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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