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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가 운다 / 윤석진.

윤석진 5 3046 0

허무의 강 / 윤석진.



도시 재개발이 붐을 이루면서

길고양이라는 딱지를 달고 골목을 산다

저녁이면, 푸른 눈을 하고 울다가

물 좋은 생선집 쓰레기 봉지에 코를 박았다

주인이 떠난 자리를 기다리며 사는 일인지

느슨해진 거리를 오가며

손님 없는 주막을 지키고 있다

한때 대접을 받으며 사랑만 먹고살았는데

고층 콘크리트가 곁을 주지 않았다

고양이는 쪽방보다 계단 난간에 살림을 차려

가여운 아이들을 시위하듯 낳았다

큰일이다

어찌 키우려는지 쩔쩔매는 낌새가

새끼들 만큼은 키우고 싶어 밤마다 뛰는지

저녁 생선 굽는 진동은 사라지고

새벽녘 시커먼 자동차가

오래된 화석 문양처럼 눌러버렸다



#길고양이가운다 #재개발 #윤석진

5 Comments
전수남 2020.05.18 08:01  
현대 문명에 밀려나는 삶의 터전이
다시 일어서기까지 인고의 시간은
그 길을 지나온 이들이
알고 있겠지요.
가슴아픈 시간들이
다시 일어 설 기회가 된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설움과 고초가
삶 그 자체를 뒤흔드는 것도 문제이겠지요.

월요일 활기찬 날 되세요.
윤석진 2020.05.19 10:39  
감사합니다.
세상은 변해도
여전히 마음의 강은 흐르지요
이영태 2020.05.18 14:35  
잘 배람했습니다
길고양이..
요즘 산에도 있더이다
윤석진 2020.05.19 10:40  

길고양이 많아요

감사합니다
윤석진 2020.05.19 21:35  
길 고양이가 운다
허무의 강은

길고양이가
차 바퀴에 화석처럼 납작해진
죽음을 보고
.
.
마음이 짠해서 쓴 겁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