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 윤석진
윤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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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0 11:23
자유 / 윤석진.
비라고 생각했다
춘삼월 유난히 진눈깨비 내리더니
초하지절 처마에 매달려 흐르는 당신의 체취는
봄비라고 적혔다
네가 내리는 몸짓은
오솔길 따라 가녀린 소녀 같기도 했으나
힘센 사내의 숨소리처럼 들리는지
너의 빛깔은 무채색 백지 수표처럼
너의 의식은 오롯한 생명수라고
폭우처럼 쏟아 부었다
가끔은 너에게 파스텔 물감을 뿌리고
나는 그 물에 샤워하듯
너의 전부가 되고 싶은 닭소리마저 부러워
밤새워 잠을 청하고
새벽부터 너를 즐겼다
네가 그치면,
새 울음소리마저 눈치를 채고
닭들은 어디로 가는지
젖은 날개마저 말릴 시간조차
숨 가쁘게 적시는지
네가 내리는 5월은
지화문 장벽 칡넝쿨처럼 타고 있는지
붉은 장미처럼,
나는 세상을 도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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