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윤월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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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5 12:13
남편
수련화/윤월심
미혼일 때 입버릇처럼
남자는 무게가 한 천근은
나가야 한다고 말했더니
말이 씨가 되었나
말도 없고 감정도 없는
목석같은 남자를 만났네
오랜 세월 함께 살았어도
사랑한다고 농담 한번
건넌 적이 없는 무심한 남자
늘 신혼처럼 알콩달콩
깨소금 맛나게 살고 싶은
내 꿈은 사라지고
젊은 날 사랑에 눈이 멀어
눈에 쓰인 콩깍지가
이제야 벗겨진 것인가
가끔 싸울 때는
전생의 무슨 원수를
만난 나 했다 가도
가정에 무슨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물어보고
의논하는 남자
세상에서 가장 가까우면서
가장 먼 사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으로 만나서
한 지붕 아래서
가장 오래도록 함께 살아가는
무촌 관계인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