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련다
이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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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0 11:59
가련다
섬진강/이문재
세월 따라 살아온 내 인생
이래저래 굽이굽이 흐르다 보니
어느덧 검은 머리 파뿌리 됐고
마음자락 덕지덕지 세상물 들었네
고향산천 변함없이 거기 그대로
마음만 왔다 갔다
세상 속에 묻혀 살다
나 이제 고향으로 가련다
양지쪽 배나무골,
내 손으로 황토집 지어
사랑하는 마눌님과 오손도손 살으련다
뒷산 마루 양지 밭엔
복숭아 사과나무 심어놓고
비탈길 언덕 위엔 진달래도 가꾸어서
봄이 오면 꽃도 보고 시를 쓰련다
한세상 사는 게 별거 있더냐
남은 세월 나를 위해 아껴가며 살 일이다
어느 여름 무덥던 날,
뭐 그리 바쁘다고 열 달도 못 채우고
어머니배 뒤로하고 큰소리 펑치며 나온 인생
그래도 좋은 세상 멋진 사람들 만나
정도 주고 사랑하고 살았다마는
온전한 내 모습 야위어가고 지쳐가는 내 마음
이제 그냥 가련다
굽이굽이 강물이 흐르고 산천초목 변함없는 정들은 강나루 작은집
겨울바람 차가워도 철새가 날아드는 내 고향 섬진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