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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인간

조만희 0 695 0

숫자 인간 / 조만희



마음이 기운 것은

빠른 세월에

나이가 쌓였기 때문일까


침침한 기억이

안개 길 아침을 지나

늪의 터널로 빨려 든다


혹시 모를 희망으로

어둠을 더듬을 때


하얗게 지워진 이름표에

인간이 새겨 놓은

의문의 숫자투성이


잃어버린 흔적에

더 이상 써 내려갈

나의 슬픔마저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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