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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조만희 4 1939 0

담쟁이



 靑雲 조만희


지독히 고독한 담쟁이의

담벼락 짝사랑은

겨우내 말라비틀어져

이미 죽어버린 희망마저도

언제 그랬었냐는 듯

푸른 생명의 영(靈)을 영접한다

마지막 잎새의

붉은 눈시울이 아련하던

그때 그 시절

절망의 어둠 속에서 견뎌낸

모진 인내의 산물일진대

가늠하기 힘든

마지막 기억을 소환하시는

내 어머니는

장롱 깊숙이 넣어 둔

소중한 인연의 봇짐들을

하나둘 꺼내 놓으시며

담쟁이의 마지막 잎새처럼

아주 작은 바람 소리에도

그저 담담하게 흔들릴 뿐이다




#담쟁이 #어머니 #기억 #생명 #조만희



4 Comments
윤석진 2019.11.24 10:18  
바람 소리에도
삼라만상 귀를 열고 생명을 노래합니다

감사합니다
조만희 2019.11.24 10:25  
세월 참 빠르지요
뜻깊은 주말 되세요
감사합니다
전수남 2019.11.25 08:20  
담쟁이 넝쿨의 질긴 생명력도
쉬어가는 계절이네요.
반갑습니다. 시인님
늘 건강하세요.
조만희 2019.11.25 11:53  
다녀가심에 감사드립니다
시인님께서도 늘 강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