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조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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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4 09:30
담쟁이
靑雲 조만희
지독히 고독한 담쟁이의
담벼락 짝사랑은
겨우내 말라비틀어져
이미 죽어버린 희망마저도
언제 그랬었냐는 듯
푸른 생명의 영(靈)을 영접한다
마지막 잎새의
붉은 눈시울이 아련하던
그때 그 시절
절망의 어둠 속에서 견뎌낸
모진 인내의 산물일진대
가늠하기 힘든
마지막 기억을 소환하시는
내 어머니는
장롱 깊숙이 넣어 둔
소중한 인연의 봇짐들을
하나둘 꺼내 놓으시며
담쟁이의 마지막 잎새처럼
아주 작은 바람 소리에도
그저 담담하게 흔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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