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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그리고 인생

조만희 0 31 0
가을 그리고 인생 / 조만희


초록의 그리움이 잠든 숲속에
낯익은 가을 손님이 찾아오면
고요했던 나무의 손길은
밤잠 미뤄가며 바삐 움직인다

그렇게 생을 정리해 간다는 것은
자신의 가슴에 고이 간직해 놓은
소중한 인연의 추억들을
하나둘씩 지워내는 것이라고

오르지 생에만 집착하지 않고
단 한순간의 삶을 위하여
자신의 모든 역량을 불태우며
스스로 소멸되어 가는 촛불 같은 것

또 다른 생의 삶을 위하여
자신의 자리를 기꺼이 내어주고
자신만의 고독을 즐길줄 아는
내 인생에도 가을이 오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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