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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빌리다

조만희 0 82 0

산을 빌리다 /조만희



               


수줍은 가을 하늘 따라

태양은 운무에 숨어들고

흐느끼는 갈대의 숨소리

마음 둘 곳 어디 뫼이더냐?


속리산 어깨 지르밟고

너의 이름 부르다 지쳐

잠시 빌린 마음의 거처

일제의 잔재에 슬픈 가령산아


깨어나지 않는 긴 침묵에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운해는

고요한 불도의 마음 담아

여전히 산은 말이 없구나


바람이 부른 나그네 마음은

화양구곡의 빼어난 절경에

봉우리 그림자 잃은 무영봉처럼

내 마음 그림자마저 지우고


당 고조 세숫물에 비친 

아름다운 신라의 낙영산 아래

우암 송시열과 마주 앉아

세월 접고 시 한 수 읊어보거니


속세에 머문 수많은 산은

내 마음속에 솟은 산이요

나 홀로 넘어야 할 산이거늘

나는 오늘도 산 하나를 빌리련다



#산을_빌리다 #속리산 #무영봉 #낙영산

#세숫물 #화양구곡 #가령산 #나그네 #그림자

#운무 #조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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