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야생화를 만나다
지리산 야생화를 만나다
조만희
곱게 치장한
물참대 꽃
한자리 다 같이 모여
지리산 등산객
반겨 맞이하고
턱 밑까지
차오르는 숨
터져 나올 때
환호하는 길손의 벗
스스로 꽃잎
뒤로 젖혀
왕관 눌러쓰고
여왕의 위용을
맘껏 뽐내는
바람난 여자
얼레지 꽃
내 님 오신다는
기쁜 소식 전하려
마른 낙엽 밀치고
파란 구슬
쏘옥 쏙
밀어 올리는
고품격 구슬붕이
나그네 품에
놀던 암탉
나무 위에 올라
님 오실 날 기다리다
순백의 계란
홀로 낳은
사색과 상념의
귀룽나무 꽃
바위 위에
너른 잎사귀 펼쳐
떡하니 버티고 앉아
하얀 미소 지으며
나도옥잠화라고
목청껏 외치며
추억을 불러주는
나도옥잠화
대한의 땅에
우뚝 솟아
이등의 설움에
심장의 각혈
토해내며 피워낸
붉은 꽃 철쭉
정상의 환희보다
정상석 인증 사진에
마음 빼앗겨버린
가련한 인간들의
끝나지 않는 전쟁
하얀 노루 꼬리
살랑살랑 흔들며
정상에 오른 인간에게
허세 부리지 말라 이르는
무언의 외침
노루삼 꽃
중생을 구제하고자
이승에 내려온
지장보살의 풀솜대
나는 당신을 믿습니다
중생의 행복을 위하는
당신의 따뜻한 마음
굵은 땀방울 식혀주는
지리산 천왕봉
앳된 처녀 바람에
처녀치마 나풀나풀
탐스러운 처녀 엉덩이
보일 듯 말 듯
총각 마음 싱숭생숭
연분홍 철쭉은
이내 마음 아는지
땅바닥 드러누워
내심 싱글벙글
모두가 신명나게
덩실덩실 춤출 때
작은 꽃 생존 위해
꽃잎마저
황색으로 물들이는
누른 괭이눈
누구를 위한 기쁨일까?
하얀 꽃잎에 그어진
선홍빛 실핏줄
고양이의 소화제
애기괭이풀
늦은 밤
울창한 숲속 산행길
길 잃어 헤멜까
지상의 별이 된
덩굴개별꽃
다가올 행복 전하며
이별의 아쉬운 마음
노란 꽃잎에 띄워
배웅해 주는 동의나물 꽃
언제 다시 만나려나
지리산 야생화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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