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빌리다
조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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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0 20:04
산을 빌리다 /조만희
수줍은 가을 하늘 따라
태양은 운무에 숨어들고
흐느끼는 갈대의 숨소리
마음 둘 곳 어디 뫼이더냐?
속리산 어깨 지르밟고
너의 이름 부르다 지쳐
잠시 빌린 마음의 거처
일제의 잔재에 슬픈 가령산아
깨어나지 않는 긴 침묵에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운해는
고요한 불도의 마음 담아
여전히 산은 말이 없구나
바람이 부른 나그네 마음은
화양구곡의 빼어난 절경에
봉우리 그림자 잃은 무영봉처럼
내 마음 그림자마저 지우고
당 고조 세숫물에 비친
아름다운 신라의 낙영산 아래
우암 송시열과 마주 앉아
세월 접고 시 한 수 읊어보거니
속세에 머문 수많은 산은
내 마음속에 솟은 산이요
나 홀로 넘어야 할 산이거늘
나는 오늘도 산 하나를 빌리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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