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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조만희 0 104 0

             빈집


                                조만희


인적 뜸한 시골 마을 산골 어귀

덜커덩덜커덩 바퀴 구르는 소리만

요란스럽게 굴러가다 멈춘 곳

허물어지고 틈 벌어진 사이로

얼핏얼핏 고개를 내미는 잡초들

아마도 수십 년은 족히 살았으리라


텅텅 빈 곡간은 굶주림 견디지 못해

목 문짝 곳곳 할퀸 이빨 자국 선명하고

타다만 숯불에 수북이 쌓인 먼지는

간간이 부는 바람 쫓아

어두운 구들장 밑을 지나서야

굴뚝 위로 모락모락 피어난다


뻘겋게 녹슨 방문 문고리에는

아직도 아버지의 온기가 남아있는 듯

내 심장은 자꾸만 뜨겁게 데워지는데

버젓이 안방을 독차지하고 있는

늙은 거미 한 마리 쓸쓸하게 반긴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이면

이제는 하얀 백발이 되신 아버지께서

낡고 기울어진 방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밖으로 달려 나오실 것만 같아서인지

방문에 스미는 달그림자에

아버지의 그리움이 더욱 짙게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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