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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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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조만희


밀물 시간도 아닌데

차오르는 바닷물은

서슴없이 집안으로 밀려든다


비릿한 바다 냄새는

필시 상관의 명령을 수행하는 듯

금세 푸른 풀숲을 

짠 기운으로 초토화한다


가장 눈에 띄게 바빠지는 

그녀의 손길은

전답 한 마지기를 뽑아다가

시장에 엎어 놓은 것처럼


무 쪽파 마늘 등등

온갖 채소와 

갖은양념들을 준비한 후에야

겨우 허리를 곧추세운다


어느새 전답 한 마지기를

폭삭 갈아엎었는지

커다란 고무 통 속에서

서로가 야무지게 얼싸안고 있다


시집보내는 마음으로

곱게 빚은 한복을

갈아입히고 나니

한겨울의 만감이 교차하고


그녀는 그렇게

알 수 없는 미소를 띠며

지금 이 순간을

흐뭇해하고 있다





#김장 #밀물 #바닷물

#행복 #사랑 #미소의_의미

#조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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