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조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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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8 21:03
빈집
조만희
인적 뜸한 시골 마을 산골 어귀
덜커덩덜커덩 바퀴 구르는 소리만
요란스럽게 굴러가다 멈춘 곳
허물어지고 틈 벌어진 사이로
얼핏얼핏 고개를 내미는 잡초들
아마도 수십 년은 족히 살았으리라
텅텅 빈 곡간은 굶주림 견디지 못해
목 문짝 곳곳 할퀸 이빨 자국 선명하고
타다만 숯불에 수북이 쌓인 먼지는
간간이 부는 바람 쫓아
어두운 구들장 밑을 지나서야
굴뚝 위로 모락모락 피어난다
뻘겋게 녹슨 방문 문고리에는
아직도 아버지의 온기가 남아있는 듯
내 심장은 자꾸만 뜨겁게 데워지는데
버젓이 안방을 독차지하고 있는
늙은 거미 한 마리 쓸쓸하게 반긴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이면
이제는 하얀 백발이 되신 아버지께서
낡고 기울어진 방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밖으로 달려 나오실 것만 같아서인지
방문에 스미는 달그림자에
아버지의 그리움이 더욱 짙게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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