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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만희


그대의 마지막 

간결해지는 떨림이 

나에게 오려는 듯,


나뭇가지 끝에 걸린 

속세의 질긴 연 끊으며

날개를 펼쳐 마주하는 

무아지경의 황홀한 세상,


순간을 음미하는 

오감의 순결한 절정은 

그렇게 단 몇 초 만이었다.


사그라지는 바람에

하나둘 

제각기 자리를 잡으며


어느 시골 들녘

낡은 목관 속에서 

조용히 생을 접는다.


'여기 이곳에

가을 낙엽 고이 잠들다'


하얀 삼베옷 차려입은

조문객 슬피 울며

낯선 비문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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