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걸으며

길을 걸으며

                          조만희

내가 매일 길을 걷는 것은

길을 걷고자 함이 아니라

새로운 기억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새로운 기억이 없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외롭고 슬픈 날이며

살아남은 자의 고통이 될 것이다

걷는 길이 매일 같은 길 일지라도

만들어지는 기억이 다르다는 건

내가 아직 살아서 느끼기 때문이다

어제 내가 걸었던 그 길을

오늘 내가 또다시 걷고자 하는 건

자연으로 돌아가고픈 간절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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