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조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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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6 22:18
김장
조만희
밀물 시간도 아닌데
차오르는 바닷물은
서슴없이 집안으로 밀려든다
비릿한 바다 냄새는
필시 상관의 명령을 수행하는 듯
금세 푸른 풀숲을
짠 기운으로 초토화한다
가장 눈에 띄게 바빠지는
그녀의 손길은
전답 한 마지기를 뽑아다가
시장에 엎어 놓은 것처럼
무 쪽파 마늘 등등
온갖 채소와
갖은양념들을 준비한 후에야
겨우 허리를 곧추세운다
어느새 전답 한 마지기를
폭삭 갈아엎었는지
커다란 고무 통 속에서
서로가 야무지게 얼싸안고 있다
시집보내는 마음으로
곱게 빚은 한복을
갈아입히고 나니
한겨울의 만감이 교차하고
그녀는 그렇게
알 수 없는 미소를 띠며
지금 이 순간을
흐뭇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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