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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풍경입니다

김정애 2 1980 0

사람이 풍경입니다


 김 정 애




사람이 풍경입니다.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기억 하나는

고등학교 2학년 방학 때 경춘 열차 안에서

어느 중년의 여자가 주름 스커트에 

카디건을 입고 예쁜 스카프를 하고 

책을 읽는 단아한 모습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 그림입니다.


그 당시 

내가 아는 엄마는 삶에 바둥거리는 모습이 전부였고

 내 주위엔 그렇게 생활의 여유로 책을 즐기는 엄마들을 

본 적이 없었기에 신선한 충격인 동시에 

그 모습은 지금도 내겐 풍경입니다.


오래전 

미 서부여행 중 만났던 젊은 엄마는

방학이면 초등학교 5학년 6학년 

두 아들을 데리고 

외국 여행을 하는데 영어도 안돼 두렵기도 하지만

남편이 여행계획을 짜주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닌다길래

''집이 부잔가 봐요''내 물음에

배시시 웃으며 '' 아직 우리 전세 살아요 

''하는 그 넉넉함은

물질에 대한 집착보다 정신적 세계를

아이들에게 주고 싶어 하는 마음도

내 기억 속 풍경입니다.


가끔

주일이면 면회 온 가족들의

예배하는 아름다운 경건함 속에

괜스레 눈시울 젖어 올 때 있습니다.

다른 곳에서 시간 보내지 않고 군대 온 

아들과 예배하는 모습은 풍경입니다.


지나치다 눈에 밟히는 그림들도 있습니다.

가을날 

미소니 스웨터가 잘 어울리는 중년 남성의

고독한 어깨 뒷모습도 풍경입니다.


중년 여자의

애써 치장하지 않은 내면의 아름다움도 

로즈메리 향 같습니다,


가을이 외롭다는 친구의 문자에 

''사람이니까 외로운 거야''라고 답을 했지만 

감성이 살아있는 그 마음도 풍경입니다.


그렇게 그렇게 

사람이 풍경임을 알게 되는 건

나이테에 그려진 동그라미 숫자가

많아진 까닭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마음의 풍경으로 남겨진다는 건

자신이 최소한의 가치를 갖고 살아간다는

 증거가 아닐는지요.


이제부터라도

마음에 풍경처럼 남겨지는 

삶이었음 좋겠습니다.

2 Comments
윤월심 2019.01.17 15:11  
정신 세계의 풍족함
사랑의 마음에서
배워갑니다~^^
김정애 2019.01.18 23:36  
여행을 하다 보면 만나지는
사람이 풍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