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308
어제
298
최대
3,402
전체
948,941

잊고 사는 게 아니라

김정애 0 416 0

잊고 사는 게 아니라 


              김 정 애 


살아가면서 

늘 제자리에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하늘빛 닮은 

잊히지 않는 그리움 

사랑이라 말해도 좋을 

아련한 추억


해 질 무렵 

감빛 노을이 눈물겹게 

아름다워 가슴 아리던 기억도

잊고 사는 게 아니라 

들추지 않았을 뿐입니다 


늘 그만큼 채울 수 없는 

빈 마음은 그대의 몫으로 

남겨 두었기 때문입니다 


봄이 오면 

연둣빛과 어우러진 빛깔로 

물들이고 싶어 지는 까닭과 

여름이면 

핏빛보다 더 뜨거운 열정이 

삶을 다독이고 


가을이면 바람결에 

그대 향기 묻어 올 것 같고 

겨울이면 희끗희끗 

눈발 날리는 골목 어귀에 

서 있을 것 같기에 

허망한 마음 한 귀퉁이는 

늘 시려 있습니다 


잊고 사는 게 아니라 

들추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잊고 사는 게 아니듯

그냥 

제자리에 남겨져 있습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