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사는 게 아니라
김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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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4 15:33
잊고 사는 게 아니라
김 정 애
살아가면서
늘 제자리에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하늘빛 닮은
잊히지 않는 그리움
사랑이라 말해도 좋을
아련한 추억
해 질 무렵
감빛 노을이 눈물겹게
아름다워 가슴 아리던 기억도
잊고 사는 게 아니라
들추지 않았을 뿐입니다
늘 그만큼 채울 수 없는
빈 마음은 그대의 몫으로
남겨 두었기 때문입니다
봄이 오면
연둣빛과 어우러진 빛깔로
물들이고 싶어 지는 까닭과
여름이면
핏빛보다 더 뜨거운 열정이
삶을 다독이고
가을이면 바람결에
그대 향기 묻어 올 것 같고
겨울이면 희끗희끗
눈발 날리는 골목 어귀에
서 있을 것 같기에
허망한 마음 한 귀퉁이는
늘 시려 있습니다
잊고 사는 게 아니라
들추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잊고 사는 게 아니듯
그냥
제자리에 남겨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