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빚진 자입니다
김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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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1 23:20
나는 빚진 자입니다
김 정 애
어머니 생전 그 힘겨운 일생이
그저 어머니의 삶인 줄 알았습니다
남편 없는 삶
막막한 광야길이기에
속울음 참아내며 척박한 인생길
걸음마다 눈물 자국이었을 텐데
철없던 시절이란 구실로 위안받습니다
질곡의 그림자 밟으면서도
웃음 잃지 않았던 그 강함이
내가 철들지 못했나 봅니다
늘 언제나 항상
큰 나무로 버티다
병이란 녀석에게 붙잡혀
바싹 마른 검불이 돼버려도
속절없이 바라만 봐야 했습니다
꽃다운 시절
자식이란 무거운 짐이고 지고
손 붙들고 터벅터벅 걸어도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했습니다
사랑이란 견뎌내는 것이라
가르쳐 주지 않아도 삶의
목적이었고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눈물로 키운 자식
어머니 다섯 손가락에 낀
보석 반지였습니다
한마디 힘들다 내색지 않고
애잔한 눈빛으로 오 남매 때문
남편 없이도 행복했었다는
어머니
지금은
사랑한다 말보다 사랑했단
말이 더 친숙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습니다
나는 갚을 길 없는 빚 진자입니다.
2017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