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18
어제
882
최대
3,402
전체
961,746

봄이 오면

김정애 0 569 0

봄이 오면


              김 정 애



봄이  오면

젤 먼저 품으로 파고드는

아주 작은 들꽃들과 

친해지고 싶습니다


봄이 오면

메마른 가슴에 사분이 찾아오는

임 같은 그리운 언어들을

 만지작거립니다


그러다

잠자던 영혼의 닻을 올리고

어디론가 항해하고 싶은 충동으로

살금살금 나가고 싶어집니다


봄이 오면

연둣빛 바람 한 움큼 손에 쥐고

진달래 고운 빛에 눈멀어도 

좋을 만큼 시간의 여정에 

빠지고 싶어집니다


찰나의 시간이라도 함께 했던

그리운 사람들과 그리웠던 시간을

가슴에 또다시 주섬주섬 담아 봅니다


봄이 오면

지병 같은 가출 환자처럼

꽃이 보고 싶고 비릿한 바닷냄새도 그립고

산이 호흡하는 숨소리 듣고 싶어지는

유혹의 시간 앞에 서성이게 합니다


꽃보다 고왔던 나이를 그리워하고

향수의 향보다 풀 향기가 더 좋아지는 

지금은

계절이 주는 한 톨의

감정일지라도 소중히 보듬고

싹 틔우고 싶은 봄입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