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873
어제
891
최대
3,402
전체
961,619

살며시 다가온 처서

김정애 2 1635 0

살며시 다가온 처서

 

 

김정애

 

 

푸름이 시들어 기죽는 여름

처서는 마타리 과꽃 쑥부쟁이

살금살금 데리고 가을을

앉힌다

 

꽃보다 아름답던

초록도 지쳐 기력 쇠하고

여름이 두고 간 자리엔

고독이 머물고

 

외로운 사람들 가슴엔

이유 없는 서글픔이

목젖까지 차오른다

 

가을로 가는 길목에서

울고 싶어도 울 수 없음은

왜인지 모르겠다는 그녀의

푸념이 허공을 맴돈다

 

외로움에 발목 붙들린 채

그리움이란 녀석에게 마음

뺏긴 채 허기진 배 채우듯

보고 싶단 말 꾸역꾸역

삼키나보다

 

마음에 꼬깃꼬깃

접어 둔 상처는 하늬바람에

실려 보내고

 

봉숭아 꽃잎

눈물처럼 떨어지고

쓰디쓴 익모초도

꽃 피워 내는데

 

사람인들

왜 꽃을 못 피우겠는가

왜 향기를 못 내겠는가

 

처서가 데려다준 가을은

칡꽃 향기에도 묻어있고

마음에 담아 둘 보석이다

 

2 Comments
윤월심 2018.12.17 22:07  
처서가 데러다 준
가을 그리움 담아 갑니다
고운 밤 되세요~^^
김정애 2018.12.20 23:36  
감사합니다~^^
열정이 늘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