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면

비가 내리면

              김 정 애

연민 같은 비가 내리면

그리움 품에 꼬옥 껴안고

남몰래 울어도 좋겠다

울어서 풀어질 

그리움이 아닐지라도

속울음 참아 내는 게 더

큰 아픔이니까

사랑 같은 비가 내려

옹이진 마음 비에 젖어

갈기갈기 풀어지면 좋겠다

잊힌 줄 알았던 그리움

살며시 마음에 비집고 들어와 

요동치고 있으니까

약 같은 비 내려

손톱으로 긁혀 상처 난

그리운 마음

빗물에 자분자분 씻겨

갔으면 좋겠다

연민 같은 비가 오고

사랑의 비가 내리고 

약 비가 내리는 날에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치유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