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풍경입니다
사람이 풍경입니다
김 정 애
사람이 풍경입니다.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기억 하나는
고등학교 2학년 방학 때 경춘 열차 안에서
어느 중년의 여자가 주름 스커트에
카디건을 입고 예쁜 스카프를 하고
책을 읽는 단아한 모습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 그림입니다.
그 당시
내가 아는 엄마는 삶에 바둥거리는 모습이 전부였고
내 주위엔 그렇게 생활의 여유로 책을 즐기는 엄마들을
본 적이 없었기에 신선한 충격인 동시에
그 모습은 지금도 내겐 풍경입니다.
오래전
미 서부여행 중 만났던 젊은 엄마는
방학이면 초등학교 5학년 6학년
두 아들을 데리고
외국 여행을 하는데 영어도 안돼 두렵기도 하지만
남편이 여행계획을 짜주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닌다길래
''집이 부잔가 봐요''내 물음에
배시시 웃으며 '' 아직 우리 전세 살아요
''하는 그 넉넉함은
물질에 대한 집착보다 정신적 세계를
아이들에게 주고 싶어 하는 마음도
내 기억 속 풍경입니다.
가끔
주일이면 면회 온 가족들의
예배하는 아름다운 경건함 속에
괜스레 눈시울 젖어 올 때 있습니다.
다른 곳에서 시간 보내지 않고 군대 온
아들과 예배하는 모습은 풍경입니다.
지나치다 눈에 밟히는 그림들도 있습니다.
가을날
미소니 스웨터가 잘 어울리는 중년 남성의
고독한 어깨 뒷모습도 풍경입니다.
중년 여자의
애써 치장하지 않은 내면의 아름다움도
로즈메리 향 같습니다,
가을이 외롭다는 친구의 문자에
''사람이니까 외로운 거야''라고 답을 했지만
감성이 살아있는 그 마음도 풍경입니다.
그렇게 그렇게
사람이 풍경임을 알게 되는 건
나이테에 그려진 동그라미 숫자가
많아진 까닭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마음의 풍경으로 남겨진다는 건
자신이 최소한의 가치를 갖고 살아간다는
증거가 아닐는지요.
이제부터라도
마음에 풍경처럼 남겨지는
삶이었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