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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화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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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 유화


저 강의 두물머리에서나

수초가 옆 좌대에서나

낚시를 드리우고 기다리는 것은

흘러가는 생을 잡는 게 아니라

강물 같은 그리운 별밤과

소낙비 내리는 여름과 

강으로 강으로

흰 눈 소복소복 내려 쌓이는 

산골짝이 마다

아직 지지 않은 홍시처럼

사립문을 호롱불로 밝힐 때

저리는 마음 다 보내고

꽃물 진 가슴 밑바닥까지

물결로 내려 앉아

순식간에 녹아들 그날이 오면

그저 흔들리는 바람 한 점

수초 밭 갈대 바스락 거리는 소리

고요를 깨우듯

허허 웃음을 낚시 끝에 꼭꼭

감싸 걸어두고 

그대만을 기다리는 것이라.

그때는 순간 순간 사라지는 

눈싸라기조차 아무렇지 않게

일진 광풍 불어오는 

겨울 강도 미동 없이 머리로 받아

가슴까지 비우는 일이라.

아무것도 없는 어망 안을 보며

은비늘 어디로 간나

한때 그리 고왔던 떠남으로

애뜻함이 솟는 

너털 웃음을 건내는 그날,

이제는 잊어야지 잊어야지

미련없다는 듯이 작은 미련에 

미련스런 마음 슬며시 

바람에 옆으로 밀쳐두고

아무도 모르게

돌아 돌아서 오는 봄길

살랑살랑 떨리는 꽃잎들의

나긋한 미소는 

손에 든 것 하나도 없는 

가슴도 다 비운 사랑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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