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와 직선의 관념
전봇대와 직선의 관념
/ 유화
당신을 향한 4면은 원이며
지구의 원은 직각이다.
허공을 향하는
알 수 없는 음성과 외침은
어딘가에서
직선으로 사멸하고
내가 가꾸던 뜰안에서
바라보던 외등 같이 밝던
아름다운 원형의
아련한 한송이 꽃잎도
오지 않는 담벽 끝에서
직선으로 떨어진다.
끊임없이,,,
길 끝까지 이어진 수평선의
그리움은 허공의 형벌처럼
아득하기만 한데
거기에 못 박힌 저 몸은
죽지도 않는 부활인가
믿음의 간절한 사랑은
아직도 오지않는
예수의 이름보다 오래
직선으로 형현하고 있다.
사랑이 못 박힘이라면
누가 제 몸에 못을 박겠는가
누가 사랑으로 내 가슴에
못을 박아 주렴아 -
너라면 오로지 너라면
너가 와서
내 손바닥과 발바닥에
떠날 수 없는 형벌을 내린다면
내 이 지상 여기에서
떠나지 못함을
기꺼이 맞고 맞이하여
부활을 감행치 않으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