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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가 되어

정권식 0 190 1

#자작시 

불씨가 되어

갈산/정권식 


시골집 부엌 가마솥에는 저녁밥이 

끓고 있다 아궁이에는 장작 타는 소리와 함께 

빨갛게 타오르는 불꽃뿐이다


아무 말 없이 그냥 서있기만 하던 

나무들 이제는 스스로를 태우며 밥을 짓고 있다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몸을 내주고 있다


마을 입구에 우뚝 솟은 느티나무는 

생각 없이 서있는 것이 아니었다 땡볕을 오가는 

사람들을 위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 


자신과 무관한 사람들을 위해


곧은 나무들은 집 지을 때 쓸 목재가 

되기도 하고 아픈 사람들을 위해 스스로가 

약재가 된다


이제 보니 나무는 그냥 서있는 게 

아니었어 당신도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불태워 본 적이 있는가


스스로가 불씨가 되어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된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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