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자작시
신발
갈산/정권식
누가 뭐라고 해도 나와 운명을 같이하는
동반자는 신발이다 편하게 질이 난
내 신발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찾는 것이 신발이다
신발도 점차 날 닮아간다
마음이 삐뚤어진 건지는 몰라도
신발 뒤축은 늘 삐딱하게 닳는다
성격 탓일까
자세 탓이었을까 하여간
그 자세가 편했던 모양이다
새신을 신으면 발이 불편해
짜증이 나긴 했어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발 편한 신발이 되었네
모든 건 세월이 다 해결해 주었다
새 신발의 딱딱함도 뒤꿈치의 통증도
발바닥의 물집도 시간이 가면
못 이기는 체 자리를 비켜 주었다
없어서는 안 될 내 삶의 동반자
신발이 차츰 익숙해져 가고 편하게
느껴지면 어느새 이별의 순간이
다가온 것
어느 순간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네 몰골을 보고 그 속에서 나를 보았네
한때는 삶의 동반자이었는데 그러나
어떻게 하랴 그게 네 삶의
전부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