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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컵

정권식 0 143 0

#자작시 

종이컵

갈산/정권식 


나도 한 때는 잘 나가갔다

차가운 겨울날 아침에 입속에 

하얗게 김이 서리면 내 몸에 

뜨거운 커피를 담아 그대의 몸을 

따뜻하게 데워 주었지


그래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었어

갑자기 나를 길바닥에 내팽개치더니

우악스러운 발로 짓밟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제 갈 길로 갔다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처럼

분노를 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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