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속에서
#자작시
시간 속에서
갈산/정권식
내가 나이를 많이 먹긴 했어도
아직까지 나이를 한 번도
보지 못 했다
수많은 세월을 보냈지만
한 번도 세월을 본 적이 없다
하루에 여덟 시간 꼬박 일해도
시간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
누가 유수와 같이 빠른 게
세월이라 했는가 처음부터 시간은
없었는데
모든 것은 텅 빈 공간에 남은
허공뿐인데 당신은 아직도 시간에
쫓기며 허둥지둥 삶을 허비하는가
우리가 알고 있는 시간은
시계 속에서 꼬박꼬박 움직이는
시곗바늘일 뿐이다
언젠가는 허공 속에 묻힐
사람들인데 살면서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시간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겁지겁
시간을 먹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