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좋은 날에는
#자작시
햇볕이 좋은 날에는
갈산/정권식
햇볕이 좋은 날에는 장롱 속에 넣어 둔
묵은 생각들을 꺼내어
말리고 싶다
빨래 줄에 주렁주렁 매달아 지울 것은 바람에 실어 보내고 남길 것은 빨래집게로 꼭 집어 햇볕에 말리고 싶다
바짝 마른 생각들을 훌훌 털어서 가슴에 넣어두고 살고 싶다
덜 마른 생각들을 입고 다니면서
세상 바뀌 줄 모르고 우겨대는 늙은이는 되고 싶지 않아서이다
마음에 응어리져서 고정관념이
되어버린 마음의 때가 현실을 가로막는
아집이 될 줄은 몰랐다
내가 지금보다 젊었을 때 나이 많은
어른들이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소리를 빡빡 우기는 이유를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수백 번도 더 다짐하면서 빨래를
걷어서 차곡차곡 개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