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인생
#자작시
파리 인생
갈산/정권식
파리채 밑에서 손바닥을 비비는
파리 한 마리 살려 달라며 두 손을 합장하더니 싹싹 비벼댄다
비벼서 될 일이라면
무엇인들 못하리
그대는 이를 비웃는가
파리만 파리가 아니다 사람도
때에 따라선 파리가 된다
출근 체크하면서도 손바닥에
멀근 액체 한 방울 떨어뜨리고
손바닥을 비빈다
바이러스 피해 가라고 비빈다
제발 무사하라고
파리만 파리가 아니다
동네 아이들과 싸우다가 파출소에
잡혀간 아이 빼내려고
파출소 순경에게 법 없이도 사는
아이입니다 한 번만 봐주세요
하며 손발이 다 닳도록 싹싹 비빈다
파리만 파리가 아니다
몇 년째 사원인데 이번만 승진시켜
달라고 두 손을 비빈다
사람도 파리가 된다
먹고살기 힘드니 아직은 자르지
마라고 두 손 모아 합장하듯
싹싹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