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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정종명 2 572 0

운명


                              古松 정종명



어느 바람 불던 날 문틈에 낀 비명은

숨이 막혀 헐떡거린다


습기 높은 비 오는 날에는 그나마

견딜만하다는 듯 비어져 가는 내

가슴은 호수처럼 잠잠했다


사랑이 드나들지 않은 마른 가슴에

자욱한 공포가 엄습한 채 그리움

여기저기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허둥대며 들 수 셔 벌집 같고


천년 세월 지켜온 박물관 같은 빈 육신 

울음소리는 망각의 강을 넘지 못해

바삭 마른 뼈대만 남았다


뒷골이 시리도록 어수선한 기운이

감도는 공간 홀로 버려진 어린이처럼

지르는 비명은 입술을 벗어나지 

않은 채 매달려 있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세월 좁은 가슴에

품어 내기 벅찬 시련도 즐겨야 할

운명인 것을.


2020.   06.   15.

2 Comments
윤석진 2020.06.16 10:44  
운명처럼 받들고 살면
적어도...

도피하는 마음은 없겠지요
정종명 2020.06.17 07:36  
응원의 말씀에 귀기울이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