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거리
삼거리
古松 정종명
갈 곳 잃어 떠도는 집시 같은 삶
어스름 해 질 녘 이정표도 없는 삼거리엔
적막만 흐르고 멈춰 선
발걸음 앞을 가로막은 어둠은
쉬 길을 열어 주지 않는다
검은 장막을 드리우기 전 벗어나야
했을 삼거리였다
어둠 속에는 수많은 이야기를
숨기고 있으나 보지 못할 뿐인데
지나온 세월 걸어온 길에 내재된
희로애락을 기억 속에 침잠해 두고
밝은 아침 해처럼 환희에 찬 발걸음만
생각했어야 했다
길가 잡초 같았던 삶 힘에 밝히며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흘러...
나침판처럼 가로선 길목에 추억처럼
가로새긴 사연들이 도사리고
아직 걸어보지 못한 길을 앞에 두고
하루를 깨우는 수탉 홰치는 소리처럼
도도히 헤치고 가야 할 길
그 길을 마주한 눈은 초롱초롱
별빛 되어 빛나는데 비어가는 가슴은
태평양 한가운데 우뚝 선 부표처럼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며 갈피 찾지
못하고
구만 리 굽은 길 위를 홀로 뚜벅이처럼
유유자적한 삶 발길
가는 대로 가슴을 열고.
2020. 06. 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