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허수아비 (1,489)
古松 정종명
황금 들녘 모두가 내 것인 냥
어깨 추켜 세워 환한 미소 띠고 섰다
만물이 풍만한 계절 울 엄마도
사뿐사뿐 발걸음 가볍고 의연한 몸가짐에 배 부른 한철이었다
풍년가 즐길 사이도 없이 기계소리 요란하게 허한 빈 들판 가운데
홀로 선 허수아비 빈털터리다
챙 넓은 밀짚모자 눌러쓴 저양반
울 엄마처럼 한 계절 세상을 다 얻은 듯 푸짐한 마음만 부자였겠지
빈농인지라 농사지어 도지 주고
텅 빈 곳간 잠깐 부자
허수아비 널 통해 울 엄마를 보네.
2021. 1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