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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의 가을

정종명 0 253 0

빈곤의 가을 (1,484)


                      古松 정종명



야윈 나의 가을을 줍습니다


끝 모를 황금물결 어디쯤에도

내 것이란 없어 피폐해진 생각을

말릴 손바닥만 한 땅조차 가지지 못했다

자유로운 영혼의 저 작은 새들도

집이 있고 주린 배를 채우는 살진 가을인데

밤새 뒷산 골짜기를 타고 내려온

수더분한 소쩍새 울음에

머릿속 잡다한 생각의 부스러기를 쌓으며 뜬눈으로 지새운 버석거리는 밤

풀벌레들도 알찬 살림살이를 거두고

아늑한 쉼에 드는 찰진 계절

들어내려 발버둥 친 만큼 채워지는 근심의 무게 천근만근 되어 일어서지 못해 비워낼 수 조차 없다

긴 밤 지었다 허문 빌딩들이 즐비하게 숲을 이루는데 

빈곤의 울타리를 넘지 못하는 슬픈 현실

갑자기 가슴을 에워싼 지독한 고독을

마시며 비늘을 털어 낸다


밧줄보다 질긴 가난의 고리를 끊지 못해 오늘도 그물에 갇힌 새처럼

날개를 접고 앉아 빈곤의 가을을 맞는다.


2021.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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