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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띄워 보낸다

정종명 0 224 0

이제 띄워 보낸다  (1,480)


                          古松 정종명



네가 드나들던 대문 앞을 비추던

골목 안 외등에 깊숙이 등을 묻고

너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던 시간


바람에 묻어온 너의 향기가 가슴속을 휘젓는 순간 난 눈을 감고 정신을 잃고 말았다


어둠이 삼켜버린 거리엔 회오리바람이 할퀴고 지나간 듯 아무것도 남지 않은 진공의 공간에 난 홀로 남아 있었다


초침을 무거운 침묵을 끌고 새벽으로 가는데 눈물인지 이슬인지 흠뻑 젖어 사시나무 잎처럼 떨고선 나를 보았다


애초 너는 없었는데 홀로 환상에 집착한 사랑의 대가를 피하지 못한다


여명과 함께 멀어져 간 너에 대한 환상을 이제 띄워 보낸다.


2021.   11.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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