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띄워 보낸다
이제 띄워 보낸다 (1,480)
古松 정종명
네가 드나들던 대문 앞을 비추던
골목 안 외등에 깊숙이 등을 묻고
너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던 시간
바람에 묻어온 너의 향기가 가슴속을 휘젓는 순간 난 눈을 감고 정신을 잃고 말았다
어둠이 삼켜버린 거리엔 회오리바람이 할퀴고 지나간 듯 아무것도 남지 않은 진공의 공간에 난 홀로 남아 있었다
초침을 무거운 침묵을 끌고 새벽으로 가는데 눈물인지 이슬인지 흠뻑 젖어 사시나무 잎처럼 떨고선 나를 보았다
애초 너는 없었는데 홀로 환상에 집착한 사랑의 대가를 피하지 못한다
여명과 함께 멀어져 간 너에 대한 환상을 이제 띄워 보낸다.
2021. 11.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