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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삼매

정종명 0 176 0

수다 삼매 (1,445)


                      古松 정종명



참 징글징글하기도 하다.

으스름 해 질 녘 버스정류장에

삶의 맛이 밴 듯한 중년의 여인이

전화를 하고 있다

때론 목청이 높았다가 조곤조곤 낮아지기도 하며 세상 시름을 다 겪은 악다구니를 내뱉고 있다

상대방의 뼈대 있는 목소리가 

각진 모서리를 깎는지 핏대를 세워

포효하기도 하고 두리뭉실한 대화엔 

납작 웃음꽃 피우기도 하는 사이 

버스 몇 대가 엉거주춤 멈추다 지나가 버린다.

뜨거운 논쟁은 실타래처럼 엉켜있다

무의미한 대화 속에 현재를 밀쳐두고 

과거의 수렁에 빠져있다

태풍에 파도가 파랑을 휩쓸고 지나면

뒤따라온 평화에 안도하기도 하며

엿은 미소가 달처럼 뜨기도 하는 수다


수다 뒤의 공허함에 하루의 피로가

그녀 손바닥에서 붙잡힌 물고기처럼 

파닥이고 있었다.


2021.   0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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