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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 한낮의 서정

정종명 0 193 0

늦여름, 한낮의 서정 (1,441)


                    古松 정종명



가끔 바람이 춤을 추는

텃밭 고추 밭 위로

고추잠자리 군무 예사롭지 않다


이마에 땀방울 눈물처럼 흐르는

중년의 사내 적삼은 온통

물에 젖은 채 잡초를 매고 있다


점심으로 먹은 열무 국수가

속을 더부룩하게 하는지 연신

껄껄거리며 트림을 한다


한낮 열기에 더위를 먹었는지

머리가 띵하고 어질어질

눈앞이 흐려진다


매미 떼창 허공을 메워 분잡스럽고

잠자리 등줄기 햇살이 붉다


절기는 입추를 건너 가을 속에 들고 

콩 섬 불룩 배를 불리는 풍년의 기대에 

힘을 내 보지만 힘에 부친다


들쭉날쭉한 일기에 서툰 농군의

가슴 콩닥콩닥 디딜방아를 찢는다.


2021.   0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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