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꽃이 피었습니다
나리꽃이 피었다 (1,440)
고송 정종명
불을 뿜는 복 더위가 가쁜 숨 몰아쉬는
칠월의 산골에는 나리꽃이 마음 설레게 핀다
앞다투어 뽐내던 봄꽃들 자연에 잦아들고
녹음 우거진 틈새 가녀린 웃음 웃는
여인의 유혹이 아름답다
긴 촉수 흔들며 품어내는 향기
잃고 지낸 여인의 향기 되어 들춰낸 옛사랑
미련 없이 떠나간 세월 따라 휑한
눈 꺼풀에 덕지덕지 달린 외로움처럼
홀로 핀 절정의 나리꽃 숭어리
무성한 덤불 사이 외로이 피어
처연히 누굴 기다리나 그리움 깨알처럼 뒤집어쓴 얼굴로
드센 칠월 산천에 그대 섰기에
허무를 달래려 별은 유유幽幽히 빛을 발하고.
2021. 0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