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어 두련다
덮어 두련다 (1,433)
고송 정종명
비에 젖어 흐느적 그리는 그림처럼
색 바래져 가는 기억을 소환해 본다
동이 동이 피가 끊던 여름날이었다
차마 입에 담기조차 머쓱한 그러나
잃을 수 없는 크나큰 사건의 전말
절대적 비밀이란 없는 법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꿈결같이
귀속을 파고든 풍문
거짓이기를 기도했지만 현실이 된 악몽
어둠에 쌓인 뒷골목 같은 음침한 아픔
달맞이꽃처럼 피어 들춘 기억
지워지지 않는 상처 옹이로 박혀
순순히 통증이 되살아나 잠자던
추억은 소환되고 뜬눈에 지샌 긴 밤
애 서 외면하면 더욱 생생한 기억
나보다 더한 고통 속에 걸어갈
그 사람 용서로 덮어 두련다.
2021. 07.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