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 것 없는데
급할 것 없는데 (1,427)
고송 정종명
으스름 해 질 녘
공허한 하늘을 올려다본다
노을에 엷게 물든 조각구름 한 점
머문 듯 여유롭게 떠가는데
목들 미를 누르는 듯한 통증
쫓기 듯 허덕이며 지나온 하루
난 어딜 가느라 이리 급했는지
숨이 목 가득 차오르고 쓰러질 듯
비틀거리며 달려온 빈주먹 불끈 쥔 하루
가슴을 누르는 아픔
흘려보낸 시간을 반추하며
너그럽고 잔잔한 호수처럼
마음에 평화를 가져 본다
급류처럼 흘러가는 시간을 거슬러 오르진 못해도
앞서갈 일 없이 꽁무니 따라가도 되는 삶
달팽이처럼 느림의 미학을 깨우쳐
미련과 후회 없는 하루를 살면 되는 것을.
2021. 07. 19.